지난 2026년 10월 16일, 강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Google DeepMind AI Hackathon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Google DeepMind와 AttentionX가 함께 연 행사였는데요, 행사 안내 페이지를 보면 참가자 140명이 각자 4시간 안에 구글의 AI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개인전 형식이었습니다. 팀도 없고, 밤샘도 없고, 딱 4시간입니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제가 주니어 개발자였던 시절에 가 보고 처음이라 반가운 마음도 좀 있었고요, 해커톤을 다녀와서 정리해 보니, 글로 남기고 싶은 것은 해커톤 결과물이 아니라 거기서 뜻밖에 얻어온 영감이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날의 분위기와, 파이널 TOP 4의 데모, 그리고 수상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것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오랜만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마지막으로 갔던 것은 꽤 오래 전, 주니어 시절이었습니다. 기억이 많이 흐릿하긴 한데요, 당시에는 기술 세션 몇 개를 듣고 여러 스타트업의 대표와 개발팀, 채용팀을 만나고, 이력서 첨삭까지 받을 수 있는 자리였을 겁니다. 구글의 공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설레던 때였죠. 막상 다시 가 보니 분위기가 거의 바뀌지 않아서, 옛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4시간 개인전이라는 형식
이번 해커톤의 규칙은 단순했습니다. 행사 안내 페이지 기준으로 오전 10시 체크인, 10시 30분부터 구글의 환영 인사와 테크 데모, 11시 20분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4시간 해킹, 이어서 1차 심사와 Top 4 파이널 데모, 그리고 시상으로 마무리됩니다. 상금은 1위 2,000달러를 포함해 총 4,000달러 상당의 Gemini API 크레딧이었습니다. 명확한 심사기준이 있으며, 제출물을 모두 영어로 써야 하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참가자 연령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대체로 20~30대로 젊어 보였습니다. 런치 박스와 다양한 간식, 물과 음료, 스타벅스 커피가 끊김 없이 제공됐습니다.
오전의 테크 데모에서는 새로 나온 Gemini 4 Argon과 Google AI Studio를 소개했습니다. 프롬프트만으로 앱을 만들고 Google Cloud에 시연 가능한 단계까지 배포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데모였는데, 이것 말고 특별한 테크 데모는 없었습니다.
파이널 Top 4 데모
4시간이 끝나고 1차 심사를 거쳐 Top 4가 추려졌고, 4위부터 1위 순서로 무대에서 데모가 이어졌습니다. 네 명 모두 소정의 Gemini API 크레딧을 상금으로 받았습니다.
| 순위 | 서비스 | 한 줄 요약 |
|---|---|---|
| 4위 | Desk Buddy | AR 글래스를 쓰면 현실 공간에 작은 아바타가 나타나 알림과 메시지를 처리해 주는 비서 |
| 3위 | 어디예요? | 응급 상황에서 말로 설명한 위치를 지도 위 후보로 찾아 주는 앱 |
| 2위 | FireSight | 화재 현장의 소방차 배치, 응급 처치소 위치, 대피 경로를 분석하는 출동 지원 서비스 |
| 1위 | 1만개의 가게 | 열고 싶은 가게에 1만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돌려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시뮬레이션 |
아래는 제가 객석에서 찍은 데모 화면과 함께, 각 서비스에서 눈에 들어온 지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발표자가 설명한 내용과 화면에서 제가 읽어 낸 내용이 섞여 있으니, 세부 사양은 실제 구현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세요.
4위: Desk Buddy
4위는 독특하게도 AR 글래스 전용 앱입니다. 글래스를 쓰면 작고 귀여운 아바타가 등장해 현실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각종 알림과 메시지를 대신 처리해 주는 모습을 데모 영상으로 보여 줬습니다. 화면 속 책상 위에 레고같이 생긴 미니 피규어가 AR답게 책상 위 사물을 인식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3위: 어디예요?
이 때 솔직히 잠시 회사 메신저 확인하고 딴 짓 하느라고 잘 못 들었지만, 응급 의료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지도 앱이었던 것 같습니다. 화면에 “어디예요?”라는 이름이 크게 보였는데, 이것이 서비스 이름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신고자가 말로 설명한 위치를 해석해서 지도 위 후보를 찾아 주고, 그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 주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대로 듣지 못한 데모라 이 설명은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2위: FireSight
뤼튼 출신 개발자분이 만든 서비스로, 불이 난 현장에 소방관이 출동할 때 소방차를 대야 할 위치, 응급 치료 시설을 설치할 위치, 불이 난 지점과 대피 경로를 분석해 줍니다. Google AI Studio 위에서 돌아가는 앱이었고, 데모 시나리오는 한 건물의 3층 화재 신고였습니다.

왼쪽 타임라인을 보면 신고자의 말을 AI 콜테이커가 받아 정리하고, 그 뒤에 리서치 서브에이전트 다섯 개가 병렬로 건물 위치, 외장재와 구조, 도면, 위험 물질, 현지 날씨를 각각 확인한 결과가 올라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오른쪽에 층별로 나눠 볼 수 있는 3D 건물 장면이 만들어지고, 화재 지점과 연기, 계단실, 구조가 필요한 사람 위치가 라벨로 붙습니다.

1층을 확대한 화면에서는 소방차와 응급 처치소를 어디에 배치할지 표시하고, 각 공간의 자재 정보 옆에 출처가 된 도면 문서를 함께 보여 줬습니다. 발령자(Dispatcher), 신고자(Caller), 출동 대원(Responder) 시점을 바꿔 가며 같은 사고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1위: 1만개의 가게
카카오 모빌리티 출신 개발자분이 만든 서비스입니다. 열고 싶은 가게의 평면도 위에 1만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생성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그 결과를 분석해 창업 성공률을 높여 준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시뮬레이션에는 공공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데모에서는 15평 카페를 예로 들었습니다. 평소 피크, 비 오는 날, 바리스타 혼자인 날, 유모차 손님 같은 시나리오를 바꿔 가며 손님 1만 명의 동선을 흘려보내고, 설계안 A, B, C에 따라 대기 시간과 처리한 손님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숫자로 보여 줬습니다. 결과를 2D CAD 도면과 스펙 문서로 내보내는 기능까지 있었고요. 아이디어 자체도 좋았지만, 가게 설계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시뮬레이션 문제로 바꿔 낸 점이 1위를 받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4가지 데모를 보고 든 생각
4가지 서비스 모두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시간 제한 4시간 안에 데모까지 무사히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해커톤이니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특히 2위와 1위는 화면만 보면 며칠은 걸렸을 것 같은 완성도였거든요.
그리고 상위권 데모일수록 모델이 똑똑한 것을 자랑하기보다 모델이 지어내지 못하게 막는 장치에 공을 들였다는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FireSight가 각 공간의 자재 정보 옆에 출처가 된 도면을 함께 보여 준 것이 그 예입니다. 요즘 AI 에이전트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검증과 증거라는 주제가 4시간짜리 해커톤에서도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뜻밖의 영감: 4시간을 어디에 쓰는가
제가 이번 해커톤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하나였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완성도 있는 PoC를 만들 수 있을까?
저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갔습니다. 올해 처음 도전했던 AI 해커톤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려고, 이번에는 기획안 세 개를 미리 완성해서 가져갔거든요. 동시에 수행하면서, 완성도 있게 진행되어가는 것 하나를 선택하여 완성하려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원하는 완성도까지 서비스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가장 뼈아팠던 부분은 개발을 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구글 클라우드와 에이전트 개발 준비 단계를 세팅하는 데 1시간 이상을 날려먹은 것이었습니다. 입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는 것은 남는 것이 너무 없잖아요? 그렇게 행사 참여를 마무리짓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말을 걸었지요. 2위를 받은 FireSight 개발자분과 행사 스태프에게 다가가서, 해커톤의 성공 방정식이 무엇인지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덕분에 2위 개발자분이 프롬프트를 몇 라운드나 돌려서 원하는 결과까지 갔는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고, 저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도 조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그 준비 단계에 있었습니다. 2위 개발자분은 4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오롯이 구현에 썼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기획안을 세 개나 준비하고도 정작 개발 환경과 배포 경로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흘려보냈으니, 출발선부터 달랐던 것이죠. 해커톤이 아니더라도, AI와 함께 일할 때 “모델에게 무엇을 시킬지”만큼 “모델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네트워킹과 교류의 부재
돌이켜보면 이번 행사에 크게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먼저 네트워킹 세션이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이 한 공간에서 네 시간을 보냈는데, 행사가 끝나자 모두 돌아가기 바빴습니다. 밖에서는 만나기 힘들었을 AI 개발자들일 텐데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헤어진게 참 아깝더라고요. 개인전이라 따로 팀원도 없고요. 해커톤이 대회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행사는 기획하기 나름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심사위원단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던 점도 아쉽습니다. 현직 구글 개발자를 포함해, 저는 잘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하거나 유명해 보이는 분들이 심사위원으로 함께해 주셨는데, 이분들이 심사를 해 주시는 것 외에는 참가자들과 거의 아무런 교류가 없었습니다. 짧은 발표 세션이나, 혹은 간단히 참가자들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만 있었어도 참가자들이 얻어 갈 것이 훨씬 많았을 것 같아요. 그냥 심사만 하시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섭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 그럼에도 참가하길 잘했다
이번 해커톤에서 남은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주니어 시절 기억 그대로였습니다.
- 4시간 개인전에서도 데모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그 시간을 거의 전부 구현에 씁니다.
- 상위권 데모는 모델의 능력보다 모델이 지어내지 못하게 막는 검증 장치에 공을 들였습니다.
- 네트워킹 세션이 없어도 먼저 말을 걸면 뜻밖의 기회가 생깁니다.
저는 업무 전반에 AI를 쓰고 있는데요, 이번 경험은 그것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엿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제 결과물은 부족했고 네트워크 기회를 얻을 수 없었던 것도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뜻밖의 인연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이번 해커톤 참가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AI 개발과 관련해 좋은 자극을 받고 싶은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참가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